집에서 5년쯤 쓰던 시놀로지 NAS(DS218+)가 어느 날 켜지지 않았습니다.
전원 버튼을 눌러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팬이 도는 소리도 없고, 앞면 LED에 불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삐 소리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아무 반응이 없는 상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NAS는 살리지 못했습니다. 안에 있던 하드디스크는 멀쩡했는데도 데이터를 꺼내지 못했고, 결국 새 NAS를 샀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몇 편에 나눠 적으려고 합니다. 이 글은 그 첫 번째로, 전원이 안 들어올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댑터 불은 멀쩡히 들어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의심한 건 어댑터였습니다. 노트북 어댑터가 나가듯 NAS 어댑터도 수명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댑터에는 초록불이 정상적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콘센트도 바꿔 꽂아 보고, 다른 멀티탭에도 연결해 봤습니다. 어댑터 쪽 불은 계속 잘 들어왔습니다. 그런데도 본체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알게 됐습니다. 어댑터에 불이 들어온다는 건 어댑터가 전기를 내보내고 있다는 뜻이지, 본체가 그 전기를 받아 켜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그때까지 어댑터 불이 들어오면 전원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전기가 나오는 것과 그 전기로 기계가 깨어나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흔한 증상이었습니다
같은 증상으로 검색해 보면 사례가 꽤 많이 나옵니다. 어댑터는 정상인데 전원 버튼이 먹통이고, 팬도 LED도 반응이 없는 경우입니다.
원인으로 자주 지목되는 건 본체 안쪽 전원부 회로나 메인보드입니다. 어댑터에서 들어온 전기를 받아 기기를 깨우는 부분이 끊어진 상태라는 겁니다.
흥미로운 건 수리 사례 중에 트랜지스터 하나가 불량이어서 기기 전체가 죽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부품값을 찾아보니 개당 50원대였습니다. 물론 제 NAS가 그 경우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몇만 원짜리도 아니고 50원짜리 부품 하나로 기기 한 대와 그 안의 데이터가 통째로 묶일 수 있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습니다.
제 모델은 알려진 결함과는 무관했습니다
찾아보다가 인텔 Atom C2000 계열 칩의 결함 이야기를 알게 됐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팅 자체가 안 되는 하드웨어 버그인데, 증상 설명이 제 상황과 거의 똑같았습니다. 시놀로지가 해당 모델들의 보증기간을 연장해 줄 정도로 알려진 사건이었습니다.
잠깐 기대했지만 제 모델은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이 결함은 DS1515+, DS1815+, DS415+처럼 인텔 Atom C2000을 쓴 기기들의 문제입니다. 제가 쓰던 DS218+는 인텔 셀러론 J3355를 씁니다. 계열이 다르니 애초에 해당 칩이 들어가지 않은 모델이었습니다.
혹시 지금 같은 증상을 겪고 계시다면 본인 모델의 프로세서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해당 결함 대상이라면 보증 연장이나 교체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시놀로지 제품 사양 페이지에서 모델명으로 검색하면 프로세서 정보가 나옵니다.
제가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
전원이 안 들어올 때 순서대로 확인해 볼 만한 것들입니다. 저는 앞의 세 가지까지 해봤습니다.
| 확인 항목 | 방법 | 제 경우 |
|---|---|---|
| 콘센트·멀티탭 | 다른 콘센트에 직접 연결 | 변화 없음 |
| 어댑터 출력 | 어댑터 LED 확인 | 정상(초록불) |
| 하드 분리 후 부팅 | 디스크를 전부 빼고 전원만 연결 | 변화 없음 |
| 다른 어댑터로 교체 | 같은 규격(12V 5A 60W) 어댑터 필요 | 확인 못 함 |
| 기판 전원부 점검 | 분해 후 부품 단위 확인 | 확인 못 함 |
하드를 전부 빼고 전원만 연결해 보는 건 해볼 만합니다. 디스크 쪽 문제로 부팅이 막히는 경우가 있어서, 이걸로 살아나면 원인이 크게 좁혀집니다. 저도 디스크를 둘 다 빼고 전원만 연결해 봤습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뒤의 두 가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규격의 여분 어댑터가 없었고, 기판을 열어 부품 단위로 점검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어댑터라도 하나 빌려서 확인해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같은 시도를 해보실 분을 위해 제 어댑터 규격을 적어둡니다. DS218+에 딸려 온 것은 KPL-060F-VI 모델이고, 출력은 12V 5A, 60W입니다. 어댑터 뒷면 라벨에 적혀 있습니다. 교체용을 구하신다면 출력 전압과 전류, 그리고 커넥터 극성이 같은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기기를 못 살리는 것 자체는 사실 받아들일 만했습니다. 5년을 썼으니 수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안에 있던 데이터였습니다. 하드디스크는 고장 나지 않았습니다. 꺼내서 컴퓨터에 연결하면 디스크 자체는 멀쩡하게 인식됐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안의 파일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다음 편에서 적겠습니다. 시놀로지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외장하드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모르면 멀쩡한 디스크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리
- 어댑터 LED가 켜져 있어도 본체 전원부 고장일 수 있습니다. 어댑터 불은 전기가 나온다는 표시일 뿐입니다.
- 디스크를 전부 빼고 전원만 연결해 보는 건 비용 없이 해볼 수 있는 확인입니다.
- 같은 규격 어댑터를 구할 수 있다면 바꿔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걸 못 해본 게 아쉽습니다.
- 본인 모델이 알려진 하드웨어 결함 대상인지 프로세서 기준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기기 고장보다 데이터 문제가 더 오래갑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지금 백업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