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산 백패킹, 가족 백패킹을 꿈꿨지만 혼자 올랐습니다

2026년 4월, 경기 양주 노고산에 백패킹을 다녀왔습니다. 혼자서요.

원래 계획은 가족 셋이 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겨울 오토캠핑 장비를 백패킹 장비로 전부 교체했습니다. 아내와 아들 가방까지 따로 준비했죠. 그런데 정작 노고산 능선에 선 건 저 혼자였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밤이 되자 텐트 안에서 랜턴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노고산 정상에서 맞이한 밤입니다. 텐풍 사진은 처음이라 각을 맞추지 못했네요.

2019년 아들이 두 살 때부터, 저희 가족은 캠핑을 다녔습니다

오토캠핑을 시작한 건 2019년이었습니다. 아들이 두 살 때였고, 아침에 눈을 뜨니 “아빠 캠핑가고싶어”(분명히 저는 그렇게 들었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날로 캠핑고래(김포 였는데 그 전날 오픈한 매장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로 달려가 오후에 모든 장비를 업어왔고, 집에오는 길에 캠핑장을 예약해 다음날 캠핑장으로 떠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캠핑장을 다니며 장비를 하나씩 늘려왔습니다.

오토캠핑은 차에 짐을 다 싣고 사이트까지 차로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짐 무게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죠. 그런데 몇 년 하다 보니 다른 걸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리빙쉘 텐트를 접었다 폈다 하는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때쯤 이었던 것 같은데, 가벼운(비싼) 백패킹 장비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백패킹의 세계로..

패밀리캠핑 장비는 백패킹에 그대로 쓸 수 없습니다. 무겁고 부피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 가족 세명 장비를 한 번에 새로 맞췄습니다.

배낭은 오스프리로 세 개를 샀습니다. 제 것은 85리터, 아내 것은 50리터, 아들 것은 15리터입니다. 텐트는 빅아그네스 카퍼스퍼 HV UL3, 의자는 스노우라인 라체어를 셋 준비했습니다. 여기에 매트와 코펠까지 더하니 꽤 큰 지출이었습니다.

가족 백패킹을 하겠다는 목표로 산 장비였습니다.

그런데 첫 시도가 너무 추웠습니다

사실 가족 백패킹을 아예 안 해본 건 아닙니다. 장비를 산 직후, 겨울에 한 번 다 같이 나가봤습니다. 연습삼아 설매재자연휴양림으로 갔었는데, 문제는 너무 추웠다는 겁니다. 얼마나 추웠는지,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따로 올릴 생각입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그날 이후로 아내도 아들도 백패킹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렇게 비싸게 산 장비가 창고에 그대로 수납된 채로 시간만 흘렀습니다.

그래서 노고산은 혼자 올랐습니다

봄이 되고 날이 풀리자 다시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가족을 다시 설득할 자신은 없었습니다. 겨울의 기억이 너무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자 짐을 쌌습니다. 목적지는 경기 양주 노고산으로 정했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고, 흥국사 등산로를 통하면 정상까지 크게 힘들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흥국사 등산로를 올라 능선에 텐트와 캠핑 체어를 설치했다
흥국사 등산로를 올라 능선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산 자체보다 짐을 짊어지고 오르는 게 더 낯설었습니다.

흥국사 코스로 정상까지 한 시간, 능선엔 진달래가 한창이었습니다

흥국사 등산로로 올라가면 정상까지 대략 한 시간이 걸립니다. 오토캠핑만 하던 사람 기준으로는 짧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배낭 무게가 고스란히 어깨에 걸렸습니다.

능선에 올라서니 4월이라 진달래가 한창이었습니다.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분홍빛 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습니다. 날이 흐릿해 시야가 멀리까지 트이지는 않았지만, 능선 너머로 봉우리들이 겹겹이 보였습니다.

흐린 하늘 아래 마른 나뭇가지 너머로 겹겹이 이어진 산봉우리가 보인다
능선 너머로 보이는 봉우리들. 흐린 날씨라 또렷하진 않았지만 그 나름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해가 넘어가면서 하늘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진달래 실루엣 사이로 노을을 보고 있으니, 혼자 왔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나쁘지 않기도 했습니다.

마른 나뭇가지와 진달래 꽃 사이로 노을이 지고 있다
나뭇가지와 진달래 사이로 해가 넘어갔습니다.

새벽에 나가보니,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밤이 되니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겨울만큼은 아니었지만, 4월 산 위의 밤은 생각보다 쌀쌀했습니다. 텐트 안에 들어가 랜턴을 켜고 나서야 좀 진정이 됐습니다.

다음 날 새벽, 물안개가 낀 능선을 보려고 일찍 일어났습니다. 안개가 계곡을 따라 낮게 깔려 있었고, 그 위로 봉우리들이 섬처럼 떠 있었습니다.

새벽 물안개가 낮게 깔린 계곡과 그 위로 솟은 산봉우리
새벽 안개가 낮게 깔린 능선. 이걸 보러 일찍 일어난 보람이 있었습니다.

퇴근박으로 유명한 노고산 답게 근처에 다른 텐트가 몇 동이 더 있었습니다. 저녁엔 좀 시끄러워서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일찍 잠들어서 몰랐는데, 밤 늦게도 몇몇 백패커들이 더 올라왔던 모양입니다.

아침 능선 위에 노란색 파란색 등 여러 색의 백패킹 텐트가 나란히 있다
정상의 텐트들입니다. 처음 찍은 사진인데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첫 백패킹을 마쳤는데, 다음 출격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정리

  • 백패킹은 오토캠핑과는 다릅니다. 몸으로 버텨야하는 무게가 상당하죠.
  • 백패킹 장비를 다 갖춰놓아도, 첫 시도가 나빴다면 가족을 다시 설득하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 노고산은 흥국사 등산로 기준 정상까지 약 한 시간, 초보자가 시도하기에 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 다음엔 진짜 가족 셋이 정상에 서보고 싶습니다.

댓글 남기기